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글이고 별 정보는 없는 야밤에 뻘글이니 편하게 몇 자 적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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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 전쯤에 겪은 일이다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조만 하기에는 섭섭할 정도로는 가까운 동창이 상을 당해서 조문을 가야할 일이 생겼다
주말 늦은 시간 연락을 받았는데 아시다시피 누군가 돌아가시게 되면 고인을 장례식장에 모실 때까지 시간이 좀 뜨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아직 빈소가 차려지지 않아 다음날 일찍 와야 하는데 그 날이 이 케이스였다
일찍 연락 받은 친구들 몇은 이미 병원 근처 커피숍에서 정장 차림으로 앉아 시작을 죽이고 있었다
각자 집에 흩어졌다가 다시 다음날 조문하러 오기에는 애매하고, 빈소가 차려지면 자리를 채울 사람들도 있어야 된다 생각한 우리는 근처에서 철야를 하기로 했다
순대국으로 야식을 하고 근처 PC방에 자리잡은 시간은 대략 새벽 2~3시쯤
당시 총 인원은 4명쯤 됐나? 싶은데 당시에만 해도 아직 아시아에 카오스 공방이 좀 돌아갈 때라 첫 판은 금방 재밌게 끝났다
문제는 2번째 판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은 새벽 4시 좀 넘어서
다음 날이 월요일이다보니 공방에 사람이 모이질 않았고,
어쩌다 겨우 모여서 시작했고 죽은 놈이 자러 간다고 총대를 메 버려서 방이 10~15분이면 터져나갔다
20~30분 기다려 10분 게임하고 방이 터지는 걸 몇 번 경험하니 짜증이 난 우리는 2:2 카오스를 했지만 재미가 없더라
결국 다시 공방에 가니까 새벽 5시 넘은 베넷에는 사람이 더 없었다
기다리다가 결국은 ㅈㅈ
이제 이렇게 카오스도 망하는구나 어쩌고 하다가 스타 켰던 게 마지막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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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3년 일요일 밤 새벽 4시
이 게임(카오스)도 도타부터 생각하면 나온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믿거나 말거나 왕년에는 누구나 초보들 많은 방 들어가서 3:1 쌉바르고 피지컬 개쩐다는 소리 들으면서 흐뭇했던 역사가 있을 거라는 거 다 안다
지금은 상대가 스턴 쓸 거 알고 보고도 흡안 못하고 맞지만 말이다... 세월이 참 무상하지
몇 달 전 게임에서 자이 궁 끊으러 들어갔다가 디스펠 손가락 엉켜서 스턴 못 날리고 맞아 죽는 줄마 보고는 남일 같지가 않더라
좌우지간에...
이 시간 게임리스트에는 6개의 카오스 방과 8명의 대기인원이 보인다
이전 같으면 각자 베넷 들어왔다가 사람이 없다고 나가고, 카오스 망했다고 하고 자러 갔을 사람들이다
지금은 새 방이 돌 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난 이 리스트를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 나하고 같은 문화, 정서를 공유해 줄 사람들이 아직 이렇게도 남았구나
이 정도면 민속놀이로 인정해 줘야 되고 아직도 카오스 방송하는 애들은 인간문화재 지정해서 보호해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판소리 같은 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나 본다고 관심 없던 우리 세대가 실버 타운 들어가면 뭐할 거 같나?
결혼 안 했거나 해도 딩크로 사는 애들도 있을 거고, 있는 애들도 그 쯤되면 자식들 연락만 기다리며
실버타운 4평 1인실에 격리되어 카오스나 하고 있겠지
(그 때쯤 되면 기술도 발전해서 관절염 때문에 손가락 굳은 카창들도 눈 깜빡이는 걸로 커서 조정해서 같이 게임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예전 조부모님이 판소리 인간문화재 공연 보듯이 카오스 인간문화재 지정받은 BJ들 카오스 방송 보든가
나이는 먹었고, 새로운 게임 배우기에는 체력도 여유도 없는 몸들이다
어릴 때 PC방 가면 드럽게 재미없는 현질게임 담배피면서 돌리고 있던 린저씨들의 전철을 우리 세대도 착실히 밟아 가고 있다
그래서 이 오래 되고 젊은 애들 유입 없는 카오스에 산소 호흡기 붙여주고 있는 WCC 운영자에게 고맙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혹시 방에서 나 만나면 다른 편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라
안녕~
- 2023년 3월 27일, 7일짜리 밴을 먹어서 게임을 못하는 withoutfinger 가
+ 안전하게 꽁승 먹어 보겠다고 적권 박으면 그 때는 최선을 다한다 난 할 줄 아는 캐릭이 몇 개 없는데 걔네는 괜찮음
++ 적권 써서 포인트 쓰는 것도 영자한테는 좋은 일이니까 그냥 박는 것도 추천
개소리 지껄이지말고 후원해라 그게 운영자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