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조회 수 201 추천 수 3 댓글 4

나이들수록 내 안에서는 객관화따위 필요없다고, 애초에 인간은 주관적인 동물이라 그럴 필요없다고 유혹하는데

그걸 이겨내는 것, 즉 타자의 시점으로 나를 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여기 배달하는 친구도 있는거 같던데, 그친구가 이런저런 글을 쓰면 나도 배달하던 30대 중반 때가 생각나서 마음이 뭉클하다.

 

요즘에는 거의 보기 힘들지만, 유흥가에서 볼 수 있었던, 아주머니들이 했던, 쟁반들고 걸어서 하는 음식배달을 1년동안 했었다.

유흥가다보니, 주로 술집이나 노래방, 성인오락실이 주 고객층이었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적어볼까 한다.

 

오피스텔에 배달을 갔고, 20대 중반의 일진스러운 여자가 음식을 받았어. 그리고 보통 다먹으면 문 앞에 쟁반을 내놓지.

30분정도 있다가 쟁반을 수거하러 다시 갔는데, 쟁반이 없었어. 다시 30분 뒤에 갔는데, 그때도 없길래 까먹었나싶어서 노크를 하고, 직접 쟁반을 받았지.

역시나 까먹었다 하더라고.

근데, 쟁반을 내게 넘긴 그 여자가 "아, 잠깐만요" 하면서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쟁반에, 그것도 먹다 남긴 밥그릇속 흰 밥 사이에 꽁초를 기어이 쑤셔넣는거야.

난 가만히 서서 쟁반을 든 상태로 그여자가 하는 행위를 바라보기만 했고, 감사합니다 하고 가게로 돌아왔지.

가게 사장인 어머님이 밥사이 꽂혀있는 꽁초보고 기분 나빠 할까봐, 돌아오는 길에 버렸어.

 

그 순간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에서 뭔가 선명해지는게 있었어.

20, 30대의 내 자만과 교만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고, 그 여자가 했던 행동들이 내가 과거에 남들에게 했던 행동들이었겠구나.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이, 그때 나를 대하던 사람들의 느낌이었겠구나 했지.

별건 없지만, 연대 석사출신에 그냥 저냥 평범한 회사를 다니면서 살아오던 내가 쟁반을 1년동안 들면서 내 그릇을 많이 비울 수 있게 된 것 같아.

알량한 자존심과 이기적인 마음을 최소화하는데 1년이나 걸린거지. 사실 그 이전부터 무너져내리고 있긴 했지만..

 

여튼 덕분에 난 울집에 배달오는 친구들 있으면 초인종 누르기 전에 문열고 맞이해주고, 인사 명확하게 해주게 되더라.

 

결론은.. 내가 당해보면 알게 된다는거지.. 타인의 마음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계정 공유 금지합니다. (3) 기술관리자 2022.06.06 2741 0
공지 정치관련글 무통보 삭제하겠습니다. (14) file WCC카오스 2021.10.12 2893 1
공지 자유게시판 공지사항 WCC카오스 2021.01.31 3120 0
2428 게시판 활성화시키자 (2) 자이자이 2021.11.09 321 0
2427 memphiss 개 ㅈ금수새기 꼬우면 적권쓰라니까 계속 비공개방으로 1:1거리... (1) file 이승만대통령 2021.11.09 551 0
2426 딸배 10시간30분 38만7천 퇴근 (4) file 깡패새끼 2021.11.09 359 2
2425 바로바로 ? vvip2 2021.11.09 83 0
2424 오늘은 (1) vvip2 2021.11.09 79 0
2423 안녕하세요ㅕ (1) vvip2 2021.11.08 57 0
2422 디아 왜함? (2) seulgi 2021.11.08 187 1
2421 운영자야 ↓↓밑↓에글삭제해라 블랙홀개쉑 (2) 맛있는참119 2021.11.08 185 3
2420 초보방 부활 안되겠음? (3) hyy 2021.11.08 217 0
» 객관화가 얼마나 힘든건지 (4) cocobo 2021.11.08 201 3
2418 진짜 너무 궁금해서 그런데 디엔디하고 귓말하면 무슨 생각인거야???? (5) file 펫니 2021.11.07 218 0
2417 D.KiM=시인=멍게비빔밥 아디 왤케 세탁해서 빤스런하노 ㅠㅠ (2) 핫보지섹스맨 2021.11.07 119 1
2416 영정유저 hotbozisexman = coolbozisexman 게임중 (6) file 시인. 2021.11.07 214 2
2415 귀여운 D.KIM 맨날 빤스런하고 아디세탁해서 귀엽게 노네 ㅎㅎㅎㅎ (1) file 핫보지섹스맨 2021.11.07 97 1
2414 요소수 문제 어떡하냐 ㅋㅋ (8) 그롬충 2021.11.07 438 1
2413 <<패드립 건>>. 신고가 그냥 무효로 처리된 경우에 대하여 (1) file 스콜피언 2021.11.07 186 2
2412 운영자 씹새야 왜자꾸 내글 지우냐 ? (4) 맛있는참119 2021.11.07 307 1
2411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취직한 카오서있냐 (6) 깡패새끼 2021.11.07 302 1
2410 딸배 해볼려는데 자격증 뭐 필요한가요? (7) 성공신화능력대통령이명박 2021.11.06 385 1
2409 허송세월보내지마라 일을하든 여행을가든 하다못해 안마방을가든 (18) 깡패새끼 2021.11.06 840 5
Board Pagination Prev 1 ... 247 248 249 250 251 252 253 254 255 256 ... 373 Next
/ 373